요즘 내가 즐기는 취미는 러닝을 하면서 팟캐스트를 듣는 것.
팟캐스트를 듣는 이유
처음엔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뛰었지만, 매번 취향에 맞는 곡을 고르거나 원하는 노래를 찾아야 해서 오히려 집중력이 떨어졌다. 그래서 30분에서 1시간 정도 길이의 팟캐스트 두세 개를 리스트에 담아두고 러닝에 집중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내 생각과 비교해 보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다. 한 가지에 오래 집중하기 어려운 나에게,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쯤 팟캐스트가 내 생각을 잡아 주고 다시 러닝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너지가 생긴다. 최성운의 사고실험, 슈즈오프, 침착맨의 둥지 등 요즘은 고퀄리티의 팟캐스트가 많다. 미디어의 질이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된 시대, 경쟁력 있는 팟캐스트들이 내 삶을 한층 풍요롭게 만든다. 누군가의 의견에 덧붙이거나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공감하며 웃고 즐길 수 있는 미디어가 지금 이 현실에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러닝 붐에 대한 나의 생각
이 운동은 트렌드이기도 하지만, 비교적 제약이 적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두 다리가 멀쩡하다면 달리기든 걷기든 하면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누군가와 함께 팀으로 한다면 팀워크와 유대감도 생길 것이다. 대한민국의 많은 하천 산책로도 큰 역할을 한다고 본다. 완전한 개인화가 심해지는 세상 속에서 하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뛰고 걷고, 반려견과 산책하며, 데이트를 즐기고,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그곳이야말로 사람 냄새 나는 귀중한 공간 같다.
성장 과정
나는 심한 평발이다. 엄지발가락을 의식적으로 들어 줘야 발 아치가 만들어진다. 뛰다 보면 오른발 발바닥 중앙이 뭉치고 접히는 듯한 느낌이 자주 들고, 족저근막염인지 물집이 생길 것 같은 불쾌한 감각이 가끔 있다. 그럴 때마다 엄지에 힘을 주고 발바닥 안쪽에 집중해 러닝을 하며 점차 스스로 교정해 나가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발전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성취감도 커진다.
나는 종아리도 두꺼운 편이다. 조금만 뛰어도 종아리 근육이 뭉쳐 근육통이 생긴다. 폼롤러 사용이 평소 적어 손가락으로 세게 누르지 않아도 종아리가 많이 아프다. 타이 마사지도 어려운 상태다. 그럼에도 요즘은 폼롤러를 가끔 사용하고 마사지도 병행하면서 통증이 예전보다 줄고 견딜 만해진 느낌이다.
오래된 녹슨 장비같은 몸에 다시 윤활유를 발라가며 사용하니, 쓸모 있게 돌아가는 느낌에 뿌듯함을 느낀다. 고작 10km 마라톤 2회, 러닝 몇 차례지만 매번 조금씩 나아지는 내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다른 사람과의 경쟁이 아닌 어제의 나와 경쟁하는 즐거움을 경험한다. 이 성과만큼 빛나는 것은 없는 것 같다.
